참여마당 Community

  • 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상세
    제목 양대 지침의 나라는 춥다

    2016-01-26 Read : 529

    평택지역지부

    양대 지침의 나라는 춥다

     

     

    <br src="http://www.labortoday.co.kr/news/photo/201601/136314_60190_5746.jpg" width=130>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춥다. 서울이 영하 18도, 강추위에 한강이 얼었다.

    지구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권의 대기가 남쪽으로 밀고 내려와 덮쳤다고 한다. 

    ‘최강 한파’에 온 나라가 꽁꽁 얼어붙었다.

    매섭게 추위가 밀려 내려오던 지난 22일, 고용노동부는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지침을 확정 발표했다.

    저성과자를 통상해고할 수도 있고, 사용자가 근로자과반수(과반수노조)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변경해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안내해 주는 지침이었다.

    오늘은 엄동설한의 겨울, 이 나라 노동자는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다. 오늘 나는 언론노조 KBS본부 4대 집행부 출범에 대해 이렇게 시작되는 축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

    2. 그런데 모두가 추운 겨울은 아닌가 보다.

    노총의 반발에도 지침 발표를 강행한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47개 지방관서장이 참석하는 기관장회의를 주재하고 양대 지침 시행과 관련, “많은 근로자들이 부정확한 정보와 악의적인 호도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양대 지침은 법과 판례의 취지를 감안해 마련된 것으로 이를 집행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고, 노·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신호등”이라며 ”누구도 악용해서는 안 되는 기준"이라고 지적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법과 판례에 따라 정부가 마련해서 발표한 것이니 괜히 얼어 죽는다고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고 노동부 장관은 말한 것이다.

    지침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악의적인 호도 때문에 지침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얼어 죽는 줄 알고 막연히 겁을 먹고 있다고 대한민국의 노동부 장관은 말한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제발 이 지침의 나라가 사실은 춥지 않은 나라였으면 좋겠다.

    법과 판례의 기준에 따라 사업장에서 유용하게 참조할 수 있는 가이드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노동자들은 잘못 겁을 먹었던 것이라고 지침을 오해했던 것이면 좋겠다.

    장관의 말처럼 노동자들이 부정확한 정보와 악의적인 호도 때문이었다면 좋겠다.

    그래서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함부로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고, 근로자들(과반수노조)과의 합의 없이는 제멋대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못한다는 지침이라고 확인될 수 있다면, 우리가 틀리고 장관이 맞다면 적어도 이 나라는 노동자권리를 두고서는 틀렸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3. 이날 이기권 장관은 “정년 60세 시대를 맞아 임금체계를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꾸고 인사관행을 능력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고, 노동계가 “이러한 과정과 취지를 모른 채 업무 부적응자 해고제도를 새로이 만들어 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특히 일부에서 제기하는 위법·위헌 주장은 법 집행이라는 정부의 책무와 대법원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고 보도됐다.

    장관의 이 말을 읽는 것만으로도 지침에 대해 노동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우리는 알 수가 있다.

    “정년 60세 시대”란 고용상 연령차별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서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사업장은 사업장 규모 등에 따라 올해 또는 내년부터 60세 정년으로 간주되는 것이니 이제부터 이 나라는 정년이 60세 시대라는 말이다.

    유의해서 읽어야 하는 것은 그저 정년이 60세인 시대라는 것이지 정년 60세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시대라는 것은 아니다.

    근로계약의 상한이라서 도과하게 되면 그 즉시 사업장에서 쫓겨나야 하는 제도가 정년이다.

    근로계약상 노무제공을 할 수 있음에도 정년을 이유로 종료시키는 제도가 정당할 수 있는가.

    근로자의 고용 등 근로의 권리를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한 헌법의 취지로 읽는다면 도무지 정당할 수 없는 제도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정년제도를 60세로 연장시켜 줬으니 “임금체계를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꾸고 인사관행을 능력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장관은 말하고 있다.

    그동안 줄기차게 추진해 온 성과주의 임금제도와 인사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라며 이를 위해 노동부는 지침을 마련해 발표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주의 임금제도는 연령과 근속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는 연공급제를 혐오한다.

    직무급·직능급·능력급 등 갖가지 임금제도를 이에 대한 임금제도로 연봉제 등으로 도입하고자 한다.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저성과자 해고를 포함한다.

    일반해고제도라고 말하며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노사정 합의 등으로 추진해 왔던 것은 바로 이 저성과자 해고제도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 지침에서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족 등 저성과자는 통상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저성과 근로자는 근로계약상 근로를 제공할 능력이 결여된 무능력자·무자격자, 신체적·정신적 장애나 결함이 있는 자로 취급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지침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안내했다.

    그런데 성과주의 인사제도로 전환하는 데서 요청된다며 도입하려는 저성과자 해고는 근로계약상 근로제공할 능력이 결여된 무능력자·무자격자, 신체적·정신적 장애나 결함이 있는 자를 두고서 하는 통상해고와는 거리가 멀다.

    성과주의 인사제도에서 저성과자 해고로 퇴출시키고자 하는 저성과자는 능력 결함이 아니라 근무성적이 낮은 근로자일 뿐이다.

    근로자의 일신상 사유라며 통상해고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법과 판례에 따른 저성과자 해고제도라고 아무리 강변을 해도 법은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법을 구체적으로 해석·집행하는 법원의 판례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근로자에 대해 징계해고한 사건들에서 그 정당성을 판단해 왔다.

    그러니 법과 판례가 노동부 지침을 지지한다고 자신만만해 할 일이 아니다.

    또한 취업규칙 변경에 관해서는 근로기준법은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해 해당 사업(장)에 과반수노조나 과반수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따라서 종전 임금제도상 임금수준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회사 제 규정을 제·개정하고자 한다면 이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서 과반수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아무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 불타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 장관이라도 이 법을 무시해도 된다고 지침을 만들어 발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 지침을 통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그 동의 없이 할 수 있다고 지침에서 사용자들에게 안내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서 근로기준법 절차를 위반해도 용서가 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던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란 아주 특별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한 것이었다.

    그것은 사회통념상 도저히 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한 것이었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법이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사용자가 이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 정년을 60세로 간주하도록 해서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법이 정한 사용자의 의무이행이거나 그 이행을 하지 않아서 근로자는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되는 것인데 이때 사용자가 근로자측의 동의 없이도 제멋대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걸 두고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운운할 수가 있다는 것인가.

    법은 “정년 60세 시대를 맞아 임금체계를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꾸고 인사관행을 능력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노동자들에게 따르라고 선언한 바 없다.

    대한민국에서 근로의 권리를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헌법과 그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 등에서 임금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저성과자 해고를 제도화하라고도 규정한 바 없다.

    그러니 노동부의 저성과자 해고 지침에 관해 노동계가 “업무 부적응자 해고제도를 새로이 만들어 낸 것처럼 주장”한다고 해서 틀렸다고 장관이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지침 발표에 관해서 “위법·위헌 주장은 법 집행이라는 정부의 책무”로 볼 때 충분히 제기할 만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노동자권리를 위해 법을 적법하게 집행해야 할 노동부에 대해 노동자권리를 삭감하는 일을 하는데 대해서 법이 부여한 소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노동자들이 의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4. 나는 KBS본부의 4대 집행부 출범에 대해 아래와 같이 축사로 덧붙였다.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바로 노조법이 정의한 노동조합입니다(제2조제4호).

    저성과자 해고, 임금 삭감하는 취업규칙 변경으로부터 고용과 임금에 관한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 내는 것이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디 KBS본부 임원·조합원들에 대해서만 하는 말이겠는가.

    노동부 지침은 오늘 이 나라 노동조합 모두에 대해 그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노동부 지침을 부당하다고 비판할 것인가, 그저 주저앉을 것인가.

    권력이 안내하고 사용자가 단행할 저성과자 해고, 임금 삭감하는 취업규칙 변경에 맞서 노동자권리를 지켜 낼 것인가, 지침에 얼어붙을 것인가.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이전글 손만 뻗으면 닿는 '불법파견 월드' 대한민국"
    다음글 새내기 노무사 80% 이상 “2대 지침 부적절”
    목록보기
    답글달기 수정하기 삭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