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한 정치개혁]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총선 룰 최종합의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는 축소 … 26일 본회의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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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 룰을 마련했다.

246석이던 지역구의석을 253석으로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의석은 54석에서 47석으로 줄였다.

지난해 중앙선관위가 300석 중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하자는 파격적인 안을 국회에 제안하면서 끓어 올랐던 정치개혁 분위기는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

정치권은 선거구별 인구수 편차를 2대 1로 줄이라는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가장 피해가 덜한 방식으로, 뒷걸음질하는 결정을 내렸다.

선거구획정 '호남-경북' 의석 맞바꾸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 아래 20대 총선 선거구획정 기준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에 따라 이번 총선은 기존 246석이던 지역구의석이 7석 늘었다.

대신 의원 총수를 300석으로 동결하기로 하면서 지역구가 늘어나는 만큼 비례대표의석은 줄었다.

양당의 이 같은 결정은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최소-최대 인구수 편차를 1대 3에서 1대 2로 조정하라는 판결에 따른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감안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거나, 정당 득표율에 기반해 의석을 배분하는 정치개혁 방안이 대두됐다.

하지만 양당은 기계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숫자를 대입하는 선에서 선거구획정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말 기준 최소 선거구 인구수는 14만명, 최대 선거구는 28만명을 넘을 수 없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득표 구도가 반영된 수치다.

해당 인구수를 적용하면 더불어민주당의 표밭인 전남과 전북에서는 각각 1석이 감소한다.<표 참조> 새누리당 후보 당선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은 경북에서도 2석이 감소한다.

대전·충남은 각 1석이 증가하고, 강원은 1석이 준다.

증가한 의석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경기는 8석, 서울과 인천은 각각 1석이 늘어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획정 작업에 착수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획정위에 25일까지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종안 국회 처리는 26일 예고된 본회의에서 이뤄진다.

새누리당 '버티기'에 무너진 정치개혁

이번 양당의 선거구획정안은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졸속 합의”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2월 국회에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정당지지율과 의석수 괴리를 없애기 위해 정당득표율로 총 의석을 정하고 이를 권역별 지역구의석과 비례대표의석에 배분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후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유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추진했지만, 새누리당은 거부했다.

여당이 완강하게 버티고 총선이 다가오자 양당은 오히려 지역구의석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새누리당 소속인 이병석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 비례대표 축소를 보완하기 위해 정당 득표율의 50%까지를 정당별 최소 의석수로 보장하는 균형의석제를 제안했고,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찬성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여기에도 반대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에 선거구획정안 합의를 간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새누리당의 버티기가 먹힌 셈이다.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가치의 평등을 실현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은 무색하게 됐고, 기득권 세력의 밥그릇 지키기가 실현됐다”며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숱한 중재안과 양보안을 모조리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개혁을 위한 야권의 공동 정책을 만들어 총선공약으로 제시하고,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