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대책 발표] 철 지난 생색내기 대책 내놓으며 노조 탓하기만

이기권 장관 “가입률 높은 대기업노조 탓에 노동시장 격차 발생”

정부가 1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통한 상생고용 촉진대책’을 발표했다.

새로 내놓은 대책은 기업의 선심에 호소하는 내용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기존 대책이나 9·15 노사정 합의를 재탕한 수준에 불과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중소기업과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대기업·공공기관의 높은 노조조직률 탓으로 돌려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이날 오전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마련한 대책은 크게

△공정한 임금체계와 능력 중심 인사관행 확립

△상생고용을 위한 대·중소기업 노사의 협력 확산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처우개선 강화

△격차해소를 위한 사업장 감독 강화로 나뉜다.

대부분 2014년 말에 나온 비정규직 종합대책, 지난해 9·15 노사정 합의,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됐던 내용들이다.

원청이 협력업체를 선정할 경우 파견사용 비율을 고려해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거나,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사외협력업체의 안전보건까지 대기업이 책임지는 대책은 눈에 띈다.

그러나 강제할 수단 없이 대기업에게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런데 노동시장 격차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이기권 장관의 발언이 대책보다 오히려 더 조명을 받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대책을 발표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발생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지불능력 차이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1천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부문노조가 70%에 이르는 조직률을 토대로 자기중심적 노동운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때문에) 임금·고용계약 등 핵심 노동규율이 정규직에게 유리하게 형성·유지됐고,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간접고용이나 외부화를 선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좋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조가입·노조활동 보장 방안을 마련하기는커녕,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강한 노동조합은 오히려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세계은행의 보고서가 있다”며 “정부가 결사의 자유 관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약하는 반노동정책을 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됐다”고 논평했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과 비정규직 정규직 고용 등 사용자책임에 대해 ‘노력’‘유도’‘홍보’‘지원’ 같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며 “총선을 앞두고 재벌의 선거자금을 구걸하기 위한 대 노동자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