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인 노동조합 정보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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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노동조합에 조합원수가 몇 명이냐고 물으면 제대로 알려 주는 곳이 몇 안 된다.

어떤 노조는 국가정보원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조합원수는 그렇다 치고 단체협약 정보를 찾으려고 노조 홈페이지를 접속했다가 허탕을 치는 일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노조는 비조합원의 홈페이지 정보 접근을 차단한다.

노조가 발행하는 홍보물도 마찬가지다.

노조신문이나 소식지도 이제는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지는 않았다.

단체협약이나 노조 홍보자료는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노조 내부에서도 정보 공유가 안 되고 있다.

얼마 전 산별노조 임금체계를 고민하면서 산별노조 간부에게 소속 사업장 임금자료가 공유되고 있는지 물은 적이 있다.

돌아온 대답은 정말 의외였다.

산별노조 간부조차 소속 지부나 지회의 임금자료는 알기 어렵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단위 사업장에서 중앙으로 임금자료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산별노조가 각 단위 사업장 임금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임금교섭을 위한 기본적인 작업인데도 그렇다.

산별교섭에서 왜 임금교섭이 실효성이 없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초적인 노조 정보 공유조차 폐쇄적으로 변한 까닭은 무엇일까.

노조의 이런 조치는 몇 가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은 노조 비판세력으로부터 노조를 보호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대기업 노조에서 주로 나타난다.

노조 비판세력은 대기업 단체협약의 내용을 꼬투리 삼아 비판여론을 확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용세습이다.

지금 정부는 일부 대기업의 단체협약 조항 중에서 자녀 우선채용 조항을 근거로 고용세습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켰다.

지나친 복지제도 역시 비판의 제물이다.

대기업이 근로기준법을 웃도는 복지제도를 갖고 있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전혀 없다.

우리나라 근기법은 그야말로 최저 기준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기법을 밑도는 것이 문제이지 웃도는 내용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두 번째는 회사 관련 정보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요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추세가 강하다 보니 회사정보도 덩달아 보호하려는 경향으로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회사 정보는 기술을 비롯한 회사 경쟁력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말한다.

단체협약은 근로조건을 다룬다.

회사의 중요한 정보로 판단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 노조의 관행적인 태도다.

우리나라 노조는 기업별 노조의 활동경험을 갖춘 데다, 정파성도 강하다.

그렇다 보니 다른 노조 다른 정파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고 그 결과 인적·물적 교류를 제한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노조 정보가 폐쇄적으로 변하는 것이 우려되는 것은 노조 간 근로조건 양극화 해결과 연대성 확장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근로조건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조건이 담긴 단체협약마저 공개되지 않는다면 그 격차를 확인할 방법마저 사라진다.

그리고 이런 차이를 극복할 대안을 수립할 연구작업도 제한을 받게 된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국가인 영국에서 기업 간 근로조건 격차가 크지 않은 이유는 정보교류와 그 정보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작업이 있기 때문이라는 노사관계 전문가의 평가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정보를 공개하고 교류하는 것은 이해관계자 신뢰를 얻어 조직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다.

노조운동의 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 노조든 간에 사회적 기능을 확대해 왔다.

우리나라 노조들도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경제적 이익단체 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전체 노동자 기본권을 확대하는 활동을 강화해 왔다.

노조 정보를 사적 영역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노조가 조직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까지 공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노조가 개별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 더 큰 운동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공개하고 공유하자는 것이다.

최소한 단체협약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맞다.